2024년 10월 말, 국제 금값이 온스당 2,790달러를 돌파하며 역사적인 고점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한국 주얼리 업계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 금 1돈 가격이 50만원을 넘어서고, 1㎏짜리 골드바의 가격이 1억 3000만원을 초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해 같은 시점과 비교하면 금값이 45% 이상 상승한 셈이다. 이러한 급격한 가격 상승은 귀금속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주얼리 판매업계와 제조업계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남의 한 중저가 금 제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는 “저가형 제품을 취급하는 쇼핑몰은 가격 마진이 적어 금값 인상에 매우 민감하다”며, “매일 금 시세를 확인하며 제품 가격을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주문이 급감해 저중량의 저가 주얼리만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러한 금값 폭등은 귀금속 제조업체에도 생존 위협을 가하고 있다. 종로의 한 주얼리 제조업체 대표는 “주문량이 줄어들면서 몇 년 동안 함께 일하던 세공사를 내보내야 했다”며, “주변의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귀금속 제조업계의 인력 이탈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미 국내 제조업의 인력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금값 상승으로 인해 귀금속 제조업계의 종사자 수가 줄어들 경우, 시장이 회복되었을 때 세공사들이 더욱 부족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한국의 전통적인 귀금속 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현재의 금값 상승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맞물려 금값이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얼리 업계는 이러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고급화 전략이나 대체 소재 개발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주얼리 시장은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닌, 품질과 디자인, 소비자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필수적이다.
결국 주얼리 업계의 생존은 과거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전략과 혁신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금값 폭등의 시대 속에서, 귀금속 제조업계가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